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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우테코 한 달 생활기 🎄

우테코 생활을 하면서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고등학생 메리는

고등학생의 나는 원하는 것을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는 경쟁이 정말 치열했는데, 적당한 노력으로는 중간도 가지 못할 정도였다.
잘 하고 싶다는 욕심과 달리 다른 친구들과 느껴지는 실력 격차를 참지 못하고 나는 회피 수단을 찾았다.
독일어였다.
원래 언어를 좋아했던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같은 선상에서 시작한다는 생각 때문에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어 공부에 재미를 붙였고, 고등학교 독일어 선생님이 '승원아, 하루에 10개까지만 질문해!'라는 말을 하실 정도로 독일어에 대한 내 열정은 남달랐다.
나는 곧잘 해냈고, 두 달 정도 만에 어렵지 않게 ZD 자격증도 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어 1등을 차지하는 건 어려웠다.
교과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때까지 공부했고, 친구들이 물어보는 모든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도 항상 1등은 나의 자리가 아니었다.
나의 욕심과 달리 나의 실력은 보잘 것 없이 느껴져 자신이 없어졌고, 이제까지 해온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이,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 같은 실력을 마주하는 것이 괴로웠다.
고등학생 때 내가 깨달은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못하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 메리는

대학생의 나는 이루고자 했던 모든 것을 성취한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때 큰 좌절을 안고 대학에 입학한 후 약간의 방황을 했지만, 금새 좋아하는 것을 또 찾을 수 있었다.
프로그래밍을 접하게된 것이다.
먼저 언어를 좋아하는 나에게 프로그래밍 '언어'가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C언어 수업을 듣고 이렇게 재밌는 수업이 있다는 것에 너무 신이 났다.
매번 꼴찌로 실습을 끝내고, 실습을 하기 전 예습을 하고, 실습이 끝나면 복습을 해도 마냥 재미있었다.
내가 코딩을 배워 무슨 일을 하게 되는지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순수하게 재미있어서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이 충분히 즐거웠다.
이후에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했다.
대회에 참가해 1등을 하기도 하고, 웹 개발 동아리에 들어가 크게 성장하기도 했다.
재미를 느끼는 만큼 성과를 내고 싶었고,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도 그 이상을 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배우는 것에 느린편이기에 남들만큼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했다.
느리지만 매사 최선을 다하는 내가 좋았다. 그에 따른 성과가 따르는 것도,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고등학생 때는 하는 것마다 모두 실패였는데 갑자기 왜 마음먹은 것들이 다 이루어지는지 어리둥절했다.
취업하기에 많이 부족한 실력이라는 것을 잘 아는데, 주변에서는 자꾸 할 수 있다는 말만 해주는 게 찝찝했다.
나의 실력을 검증할만한 수단이 필요했고, 우테코를 알게 되었다.
실력자들이 뽑힌다는 우테코에 지원할 때도 나의 마음가짐은 같았다.
'남들보다 느리면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되게 하자!'
우테코에 선발되면 나의 실력을 조금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마지막 목표였던 우테코 합격까지 이뤄내니 나를 조금은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테코에서의 메리는

우테코에 들어온 뒤 나를 보러 잠실까지 찾아와준 친구들 앞에서 울면서 ‘내가 가짜 인간같아’라고 말한 적이 있다.
대학생 때 알고 있던 내 모습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최선의 결과를(나에게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나는 할일에 허덕이며 겨우 마감을 지켜 제출할 뿐이었다.
또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 나에게 사람들과 웃으면서 어울리는 시간이 버겁게 느껴졌다.
나의 속도대로 공부하고 성장하기에 기술 부채가 쌓이는 속도는 배가 되었다.
주어진 일들을 제대로 못해내는 내 모습을 마주하니 우테코에 들어오기 전 갖고 있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졌다.
처음엔 그저 속상하기만 했다.
'더 잘 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가 더 잘해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처럼 우테코에서도 잘 해낼거라 자신했던 것은 자만이고 욕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테코에는 나의 이런 생각을 반성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이미 뛰어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는 것은 대부분의 크루들이 그렇다.
나와 함께 페어 프로그래밍을 진행했던 모든 페어, 함께 스터디를 진행하는 크루들이 매일 나의 모습을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테코에서의 나는 고등학생의 나처럼 많이 부족한 자신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실망하고 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 독일어를 통해 큰 성장통을 겪은 이후 대학생이 되어 큰 성장을 이뤘던 것처럼, 현재 우테코의 생활이 버겁지만 최선을 다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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